김광섭 기자의 포토 플러스(+) 이야기

▲ 야외에서 연습도중 군악대 전우들과 함께 찍은 사진. 맨 왼쪽 트럼펫을 들고 있는 사람이 기자. 뒤에 보이는 것이 화장실.

수마(睡魔). 기자에겐 참으로 물리치기 힘든 마귀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 마귀에게 이겨본 적이 없다. 어려서도 졸리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잤다. 길가에서도, 밭두렁에서도, 심지어 방앗간에서도 잤다. 심지어 졸며 운전하고 가다가 사고가 나서 깬 적도 있다.

그렇게 졸음을 참지 못하는 기자가 입대하고 보니 문제가 생겼다. 내 마음대로 잠을 잘 수 없는 것. 심각했다. 나름대로의 대책이 필요했다.

훈련병시절에 무박 2일 동안 산악행군을 하는데 어찌나 졸음이 쏟아지는지 점심시간 밥을 덜먹어 가며 잠을 보충했다. 그리고 평지에선 철모를 눌러쓰고 졸면서 갔다.

자대배치를 받고 나니 고참이 “야전상의를 내 놓으라”고 하더니 내피를 뜯어냈다. 그 이유를 나중에서야 알게 됐는데 소위 ‘다림 빨’을 위해서였다. 내피가 있으면 두꺼워서 옷을 다려도 다린 태가 별로 나지 않아서였던 것.

그리고 한 겨울 행사에도 내복을 입지 못하게 했다. 런닝에 내피 없는 야전상의를 입고 행사를 해야 했다. 물론 다림 빨은 제대로 받았다. 바지는 각반에 링을 차야 했으므로 당연히 팬티만 입어야 했다. 그렇게 겨울행사를 치렀다.

자대배치를 받고 나서도 부족한 잠에 시달리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8시간이 취침시간이지만, 보초시간 2시간 30분을 빼고 나면 5시간 30분. 그러나 이 시간도 온전히 잘 수 없다.

군악병 이다보니 다음 날 행사준비를 해야 하는 것. 졸병이니 고참의 행사준비도 해줘야 한다. 그런 와중에라도 다른 고참이 “먼저 하자”고 하면 순서가 뒤로 밀린다. 

전투화나 구두에 매끼를 입혀 수입포로 여러 번 반복해 광을 내면 전투화에 하늘의 구름이 비친다. 이렇게 당번 고참의 전투화까지 광을 내야 한다. 더구나 군악대의 경우 군화 끈을 백끈을 사용해 행사 때마다 백끈을 빨아야 했다.

또한 각반을 풀어 바지를 다리고, 다시 링까지 잘 채워야 한다. 이 때 링의 각도를 잘 맞추어야 한다. 또한 탄띠 버클도 광약으로 잘 닦되, 광약이 탄띠에 묻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준비를 하고 행사 전에 복장검사를 받는다. 이 때 군화의 수입상태가 고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군화 앞 코를 발로 밟아 버린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군화에 구두약으로 매끼를 다시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고참이 졸병을 골탕 먹이려는 것. 그리고 얼차려를 시켰다.

이렇게 몇 시간씩 잠을 못 자고 행사준비를 해도 행사 전에 번번이 깨지고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행사준비를 대충하고 자고, 차라리 아침에 그에 따른 얼차려를 받기로 했다. 죽기밖에 더하겠느냐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했다. 마음 편했다.

위와 아래의 사진은 군악대 고참의 전역기념사진. 맨 앞줄 예비군마크를 달은 모자를 무릎위에 올려 놓은 사람이 전역병이다. 가운데 사진은 하정복 행사 후 찍은 사진.

이처럼 잠을 제대로 못자다 보니 군악병들은 행사에 나가게 되면 서서 자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나도 그랬다. 하이바를 푹 눌러 쓰고 앞뒤로 조금씩 움직이는 경우 거의 졸고 있는 것이다. 졸병들의 경우 심하게 졸게 되면 앞으로 쓰러질 정도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익숙해지면 졸면서도 능숙하게 행사를 치른다. 그리고 옆에서 졸고 있는지, 아닌지도 다 알게 된다. 이후 기자는 서서도 잘 수 있게 됐다.

어느 날이었다. 연주 중에 졸음이 밀려오는데 고참 앞에서 졸수도 없고 미칠 지경이었다. 그러던 중 10분간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곧장 화장실로 달려갔다. 가서 탄띠를 벽에 걸고 화장실에 앉아 졸기 시작했다. 얼마동안을 그렇게 졸았을까? 고참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대답을 하고 일어나려 했는데 발걸음을 옮길 수 없었다.

재래식 화장실에서 쪼그려 앉아 졸다보니 피가 통하지 않아 걸음을 옮길 수 없었던 것. 그런 나의 모습을 본 고참은 하도 어이가 없는지 나무라지 않고 그냥 웃고 말았다.

이후 나는 의무대에서 골절환자를 위해 재래식 화장실에 거푸집을 대서 만든 앉아서 용변을 볼 수 있는 화장실로 몰래 자는 장소를 옮겼고, 고참은 내가 없으면 화장실로 나를 찾으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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