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직접 지도자를 뽑는 직선제가 도입되면서 무상(無償)이 춤을 추는 세상이 왔다. 무상 교육, 무상급식, 무상 교복, 무상 버스, 무상보육, 무상 우유….

‘무상(無償)’이란 어떤 행위에 대해 요구하는 대가나 보상이 없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앞에 나열한 것들이 과연 아무런 대가도 없이, 그냥 공짜로 가능한 것일까. 물론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무상(無償)’이야말로 명백한 ‘가짜단어’다. 모두가 하나같이 ‘돈’이라는 대가가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무상(無償)’정책은 누군가의 호주머니에서 돈이 나와야 하고, 그 돈으로 대가를 치러야만 가능한 정책들이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우리가 낸 세금으로, 또는 우리 후세들이 갚아야 할 빚으로 실시해야 하는 정책들을 마치 자기 돈으로 그냥 해 주는 것처럼 ‘무상(無償)’이라는 가짜단어를 남발하고 있다.

무책임의, 위장술의 극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무상(無償)’대신에 ‘세금(稅金)’이라고 써야 한다. ‘세금 교육’, ‘세금 급식’, ‘세금 교복’, ‘세금 버스’, ‘세금 보육’, ‘세금 우유’…. 이렇게 말이다.

이렇게 표현하면 씀씀이가 분명 달라질 것이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왜 이렇게 단어의 의미를 왜곡시켜가며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을 흐리게 할까?

유권자가 무상 즉 ‘공짜’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라는 우리 속담이 있을 정도다. 일단 당선되고 봐야 하는 머리 좋은(?) 정치인들이 이를 모를 리가 없고, 이를 잘도 활용한다.

깊이 헤아리지 못하고 정치인들이 약속하는 무상이 정말 공짜인 줄 착각하는 국민을 그럴듯하게 기만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모르는 사람도 많으니 안타깝다.

우리는 정치인들이 언어의 연금술로 위장한 사이비(似而非) 단어에 현혹되면 안 된다. 그러자면 유권자 스스로가 현명해지는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어 하나하나를 곱씹어 보고 그 정책에 따르는 비용을 누가 감당해야 하는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세상에 ‘무상(無償)’은 없다. ‘무명(無名)’의 누군가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다. 기자는 ‘무상(無償)’이 두렵다. ‘무상(無償)’의 뒷감당을 오로지 내가, 아니면, 내 자식들이 해야 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무상(無償)’정책으로 지상의 낙원으로 불렸던 베네수엘라는 경제 파탄으로 지금 사경을 헤매고 있다. 우리도 베네수엘라로 가는 배에 탑승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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